- 귀면와(鬼面瓦)의 해학적 표현으로 악귀를 쫓는 벽사(辟邪)의 기능을 가진 귀면와(도깨비 얼굴 막새)는 중국과 한국 모두에서 사용되었지만, 한국의 귀면와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표정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위협적이고 엄숙한 권위를 강조하기보다는, 악귀마저도 넉살 좋게 물리치려는 한국인의 낙천적이고 친근한 정서를 반영하는 미학적 특성입니다.
[한중연합일보 김지윤 한중문화 칼럼니스트] 중국과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 막새(瓦當, 와당)는 단순한 지붕 마감재를 넘어 건축의 기능성, 심미성, 상징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두 나라의 기와 건축은 중국에서 발원하여 한국에 전파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환경과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고유한 특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중국 전통 건축 막새의 조형적, 미학적 특성
중국 전통 건축에서 막새(瓦當, 와당)는 단순한 처마 끝 마감재의 실용적 기능을 넘어, 국가의 권위와 길상(吉祥)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조형적, 미학적 요소로 작용합니다. 중국 막새는 전반적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표현을 통해 황실의 위엄과 당대인들의 소망을 담아냅니다.

조형적 특징
중국 건축의 막새는 그 형태와 크기, 배치를 통해 제국의 웅장함과 엄격한 위계 질서를 조형적으로 표현합니다. 중국의 전통 건축물, 특히 궁궐이나 사원은 그 규모가 방대하며, 이에 따
라 사용되는 기와와 막새 역시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크고 두껍게 제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막새는 원형 또는 장방형의 틀 안에 문양을 꽉 채워 넣고, 선의 굵기와 문양의 부조(돋을새김)를 강하게 처리하여 시각적인 압도감과 웅장함을 강조합니다.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황색 유리기와를 사용하여 지붕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막새를 비롯한 주요 장식 부재에도 색채를 입혀 권위와 부유함을 과시하는 조형적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미학적 특징
중국 막새에 새겨진 문양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소망을 함축하는 미학적 언어입니다. 주로 권위와 황실의 상징인 용과 봉황의 문양을 사용했습니다.
용(龍) 문양- 용은 예로부터 황제를 상징하며, 양기(陽氣), 힘, 부, 비와 물을 관장하는 신성한 동물입니다. 궁궐의 막새나 용마루 끝의 장식 기와(치미, 취두)에 용 문양을 새겨 천자의 지위와 절대적 권위를 미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봉황(鳳凰) 문양-봉황은 황후를 상징하며, 길조, 조화, 우아함, 상서로움을 나타냅니다. 용과 봉황 문양의 결합은 음양의 조화와 함께 황실의 영원한 번영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미학적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길상 명문(吉祥銘文)의 활용 한대(漢代) 이후에는 막새에 "만세(萬歲)", "길상(吉祥)", "수여금석(壽如金石)" 등 장수, 복(福), 행운을 기원하는 길상 명문을 직접 새겨 넣었습니다. 이는 건축물을 축조한 사람들의 현세적 소망을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미학적 특징입니다.
철학적 의미의 반영으로는 운문(雲紋) 이나 인동문(忍冬文) 등 자연 문양은 영원하고 지속적인 생명력과 순환의 의미를 담고 있어,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건축 부재에 반영하고자 했던 동양 철학적 미감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중국 막새는 거대한 스케일, 권위를 상징하는 동/식물 문양, 명문 등을 통해 강렬하고 직선적인 미학을 추구하며, 건축물의 위엄과 축복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한국 전통 건축 막새의 조형적, 미학적 특성
한국 전통 건축에서 막새(瓦當, 와당)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한국인의 자연 친화적인 미감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장 잘 담아낸 건축 요소입니다. 중국 막새가 웅장함과 권위를 강조했다면, 한국 막새는 섬세함, 단아함, 해학을 통해 고유의 조형미와 미학적 가치를 구축했습니다.
조형적 특징
한국 전통 건축의 가장 큰 조형적 특징은 지붕의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입니다. 특히 처마 끝이 살짝 하늘을 향해 들리는 앙곡(仰曲)은 막새가 건물의 형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듭니다.
막새는 이 곡선의 미를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완성하는 최종 마감재로서 조형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막새의 문양은 중국의 거칠고 힘찬 표현에 비해 세밀하고 정교한 선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통일신라 시대의 연화문(蓮華文) 막새는 중앙의 자방(子房)을 중심으로 꽃잎이 배열되는 구조가 매우 입체적이면서도 유려하게 표현되어 조형적 완성도가 높습니다. 한국의 막새는 중국의 것에 비해 크기가 작고 비례가 단아하며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건축물 자체의 규모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소박하면서도 균형 잡힌 미를 추구했던 한국 건축의 조형적 특성을 반영합니다.
미학적 특징
한국 막새에 담긴 미학은 불교적 이상,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민족의 정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연화문(蓮華文)의 미학으로는 연꽃무늬는 한국 막새의 가장 주된 문양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특성 때문에 순수함, 깨끗함, 재생을 상징하며 불교의 이상 세계를 표현합니다.
한국의 연화문은 중국의 화려함 대신 부드럽고 간결한 형태로 표현되어 단아한 기품과 온화한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미학적 특징을 가집니다.
귀면와(鬼面瓦)의 해학적 표현으로 악귀를 쫓는 벽사(辟邪)의 기능을 가진 귀면와(도깨비 얼굴 막새)는 중국과 한국 모두에서 사용되었지만, 한국의 귀면와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표정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위협적이고 엄숙한 권위를 강조하기보다는, 악귀마저도 넉살 좋게 물리치려는 한국인의 낙천적이고 친근한 정서를 반영하는 미학적 특성입니다.
한국의 막새 문양은 연꽃 외에도 당초문(덩굴풀 문양), 보상화문 등 식물성 문양을 주로 사용하여 자연과의 친밀성과 영원한 생명력을 기원하는 소박한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절제미를 통해 건축물 전체와 자연 환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한국 막새 미학의 핵심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막새는 섬세하고 유려한 곡선 조형을 바탕으로 단아함, 해학, 그리고 자연미를 미학적으로 구현함으로써, 한국 전통 건축의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중국의 막새는 화려함과 웅장함을 통해 권위를 상징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의 막새는 정교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조화와 소박한 미를 추구하며 고유의 미감을 형성했습니다.
따라서 중국과 한국의 전통 막새(瓦當, 와당)는 단순한 건축 마감재를 넘어, 각 나라의 시대정신, 종교적 이상, 미적 가치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예술학적 의미를 지닙니다. 이 두 나라의 막새는 기원과 기본적인 기능은 공유하지만, 상이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권위의 미학과 자연과의 조화 미학이라는 뚜렷한 차이점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글: 中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공공예술대 교수, 디자인학 박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구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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