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원·명·청 관요(官窯)의 성지… 수천 년 이어온 장인 정신의 결정체 단순한 공예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 지닌 ‘백자(白瓷)의 고향’
[한중연합일오 김지윤 칼럼니스트(박사)] 중국 강서성의 작은 도시 경덕진(景德鎭). 이곳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인류 도자 역사의 성전(聖殿)이자,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물레를 멈추지 않은 ‘살아있는 화석’이다.
오늘날 전 세계가 경덕진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 때문이 아니다. 기계 문명의 거센 파고 속에서도 흙과 불, 그리고 인간의 손이 빚어내는 ‘수제(手製)의 미학’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그 생명력에 있다.
◇ 황실의 품격에서 세계의 미학으로
경덕진의 역사는 곧 인류 도자 발전의 궤적이다. 송나라의 단아함에서 시작해 원나라의 파격적인 청화백자, 명·청대의 화려한 분채(粉彩)에 이르기까지, 경덕진은 줄곧 동시대 기술의 최정점에 서 있었다.
이곳이 '도자의 수도'라는 독보적 위상을 차지한 비결은 철저한 ‘분업화된 수작업’에 있다. 성형, 유약, 소성에 이르는 전 공정이 장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이 전통은 현대 산업 사회에서 인간의 오감과 자연의 재료가 결합해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적 극치를 보여준다. 이는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살아있는 문화유산’ 그 자체다.
◇ 역사적 경관과 장인 정신의 ‘불멸의 연계’
경덕진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가마터이자 박물관이다. 고대 가마터와 옛 작업장이 품고 있는 **역사적 경관(유형)**과, 장인들의 몸에 각인된 숙련된 기술이라는 전통 지식(무형)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역사성: 천 년간 이어진 황실 도자의 중심지라는 권위.
기술성: 현대 기술로도 흉내 내기 힘든 정교한 소성(燒成) 기법.
예술성: 청화백자 등 독창적인 미학을 완성한 인류의 창의성.
연속성: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견고한 도제식 전승 구조.
이러한 요소들은 경덕진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인류가 반드시 보존해야 할 ‘기술적 정수’의 상징으로 만든다.
◇ 한중(韓中) 도자 네트워크, 미래를 향한 연결고리
경덕진의 위상은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유구한 흐름 속에서 경덕진은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자 경쟁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과거의 관계를 넘어 새로운 ‘동아시아 도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때다. 경덕진과 한국 도자 문화의 비교 연구는 물론, 장인 간의 기술 교류와 공동 전시를 통해 동양 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전통 공예를 보존하면서도 이를 현대적 산업과 결합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경덕진의 모델은 우리 도자 산업이 나아갈 이정표이기도 하다.
◇ ‘인류의 자산’으로 타오르는 영원한 불꽃
경덕진의 가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천 년을 버텨온 인류의 지혜와 예술혼이 담긴 결정체다.
전통 공예의 보존과 현대적 산업화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 경덕진의 행보는 전 세계 문화 보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경덕진은 이제 중국의 자부심을 넘어, 인류가 함께 공유하고 영유해야 할 ‘살아있는 문화적 자산’이다.
천 년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고, 그 빛은 이제 더 넓은 미래를 향해 찬란하게 뻗어나가고 있다.
글 : 中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 공공예술학원 교수, 디자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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