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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캔버스를 넘어 흙으로, 세계 미술 시장의 '표준'이 된 단색화와 '도자 단색화'의 태동

  • 김지윤 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6.04.15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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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색화, 한국 미학의 로컬 언어에서 세계적 보편 언어로

[한중연합일보 김지윤 칼럼니스트] 현대 미술사에서 한국의 단색화(Dansaekhwa)’만큼 단기간에 독보적인 브랜드 권위를 획득한 사례는 드물다.

 

1970년대 한국의 특수한 사회적 억압과 유교적·불교적 정신세계가 맞물려 탄생한 이 흐름은, 이제 뉴욕의 MoMA, 파리의 퐁피두 센터, 런던의 테이트 모던 등 글로벌 미학의 정점을 찍는 기관들이 앞다투어 소장하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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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색화는 단순히 '하나의 색으로 칠해진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서구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추구한 형태의 극단적 절제와는 궤를 달리하며, 작가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한 수행(Asceticism)’비움의 미학에 본질을 둔다.

 

이제 단색화는 평면 캔버스의 한계를 넘어 흙이라는 원초적 매체와 결합하며 도자 단색화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세계 시장 속 단색화의 위상을 진단하고, 도자 단색화가 맞이할 미래적 가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세계 미술 시장의 블루칩을 넘어 클래식으로

 

오늘날 세계 미술 시장에서 단색화의 위치는 확고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를 기점으로 폭발한 단색화 열풍은 일시적인 유행을 지나 이제는 인상주의나 팝아트처럼 영원히 변치 않는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다.

 

수행적 추상의 독자성: 서구의 추상화가 결과물로서의 시각적 형태에 집중할 때, 단색화는 작가가 캔버스 앞에서 보낸 시간반복적 노동에 주목한다.

 

박서보의 묘법(Ecriture), 하종현의 배압(Conjunction) 등은 작가의 정신이 물질을 통해 발현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의 범람 속에서 인위적 가공이 아닌 인간적 수행이 담긴 단색화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산 가치의 안정화: 크리스티, 소더비 등 글로벌 경매 시장에서 단색화 거장들의 작품은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우량주로 정착했다.

 

특히 1세대 거장들의 타계 혹은 고령화로 인해 희귀성이 높아지면서, 단색화는 전 세계 자산가들에게 예술적 위안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었다.

 

도자 단색화(Ceramic Dansaekhwa)의 탄생: 흙이 품은 비움의 철학

 

단색화의 미학적 정수가 매체의 확장을 시도할 때, 가장 완벽한 짝을 이룬 것은 바로 도자. 흙은 단색화가 지향하는 자연주의와 수행성을 가장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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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자아의 합일: 을 반죽하고, 형태를 빚고, 불을 견디는 과정은 단색화 작가들이 캔버스를 긁어내고 메우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도자 단색화는 캔버스의 평면성을 탈피하여 3차원적 공간 속에 단색화의 정신을 구현한다.

 

우연의 필연화: 가마 속에서 일어나는 유약의 변화와 소성 결과는 작가의 통제를 벗어난 자연과의 협업이다. 이는 단색화가 추구하는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 허베이미술대학교 조소, 공공예술대 교수, 디자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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