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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산책] 깃털에 새긴 붉은 서약, 황새가 가르쳐준 ‘가족’의 원형 [

  •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 입력 2026.05.0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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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호의 신곡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던지는 공존의 철학

 

[한중연합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입하(立夏)의 푸르름이 짙어지는 5, 우리는 다시 가족이라는 오래된 화두 앞에 섭니다.

 

오늘은 어린이날과 함께 어버이날이 교차하는 이 계절은, 마치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의 생명력을 길어 올리듯 대물림되는 '사랑의 온기'를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저는 우리 곁에서 잠시 멀어졌으나 여전히 고귀한 상징으로 남은 한 존재, ‘황새의 생애를 통해 이 시대 가정의 의미를 반추해보고자 합니다.

 

황새.png

 

평생을 건 단 하나의 약속, 외사랑의 고결함

 

황새는 예로부터 길조(吉鳥)였습니다. 그들이 마을 어귀에 둥지를 틀면 만석꾼이 나거나 큰 벼슬아치가 태어난다는 속설은, 황새가 가진 품격과 평온함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경외심이었습니다.

 

그러나 황새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유는 그 외형보다 그들이 지키는 관계의 법도에 있습니다.

 

황새는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합니다. ‘검은 머리 파수꾼처럼 서로의 곁을 지키는 그들에게 이별은 오직 죽음뿐입니다.

 

심지어 수컷을 잃은 암컷이 홀로 여생을 보내며 절개를 지킨다는 이야기는, 작금 인스턴트식 만남과 헤어짐이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생존 본능을 넘어선, 영혼의 각인(刻印)과도 같은 사랑입니다.

 

토해내는 사랑, ‘희생이라는 이름의 만찬

 

황새의 부모애는 더욱 극적입니다. 대부분의 조류가 부리 끝에 먹이 한 점을 물어와 새끼의 입에 넣어주는 것과 달리, 황새는 자신의 가슴 속에 다량의 먹이를 품어 옵니다.

 

그리고 둥지에 돌아와 목에 힘을 주어 자신이 삼켰던 것을 연신 게워냅니다.

 

구토의 만찬은 황새식 배려의 정점입니다. 먹이를 하나씩 물어오면 힘센 새끼가 독차지하기 쉽지만, 한꺼번에 쏟아놓으면 약한 새끼도 골고루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위장이 쓰라린 고통을 감내하며, 경쟁에서 도태되는 자식이 없도록 공평한 사랑을 실천합니다.

 

자신의 것을 온전히 부수고 녹여 자식의 생명으로 치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잊고 지낸 희생의 민낯입니다.

 

쇠락한 날개를 덮어주는 보은(報恩)의 비상

 

황새의 생애가 완성되는 지점은 비단 부모의 헌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다 자란 황새는 병들고 지친 부모를 위해 역()으로 먹이를 물어다 나릅니다.

 

거대한 날개는 이제 사냥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력이 다한 부모의 떨리는 몸을 덮어주는 온기로 쓰입니다.

 

오죽하면 고대 로마에서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법제화하며 그 이름을 황새 법(Lex Ciconaria)’이라 붙였겠습니까.

 

짐승이라 치부하기엔 황새가 보여주는 ()’의 실천은 너무나 인간적이며, 동시에 신성하기까지 합니다.

 

자식의 비상이 부모의 추락을 외면하지 않는 세상, 그것이 황새가 보여주는 자연의 순리입니다.

 

5, 우리 마음의 둥지를 재정비 할 시간

 

가정의 달 5월은 단순한 기념일의 나열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게워내고, 자식이 부모의 굽은 등을 넓은 날개로 감싸 안는 희생의 순환을 확인하는 달입니다.

 

필자는사랑과 효의 핵심은 결국 희생이라는 토양 위에 핀 꽃입니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네 가정은 어떻습니까? 효율과 경제 논리에 밀려 희생은 손해로 치부되고, 효는 낡은 도덕책의 구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요.

 

황새가 사라져가는 농촌의 풍경처럼, 우리 마음속에서도 이러한 고귀한 가치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됩니다.

 

이번 5월에는, 황새의 붉은 다리가 딛고 선 그 단단한 사랑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내 아이를 위해 기꺼이 나의 시간을 게워내고, 늙으신 부모님의 거친 손등 위에 나의 젊은 날개를 덮어드리는 일.

 

그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희생이야말로 우리 가정을 지탱하는 유일한 길조(吉鳥)가 될 것입니다.

 

또 필자는 "가정은 사랑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사랑이 증명되는 곳이어야 합니다."고 감히 여쭈어봅니다.

 

황새가 가르쳐준 이 명료한 진리를 마음에 새기며, 우리 곁의 소중한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 좋은 5월입니다.

 

 

이창호 저자가 강연하는 모습.jpg
▲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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